2016년 2월 12일 금요일

음악은 왜 우리를 사로잡는가를 읽고나서(3) 다운로드 - 프로그램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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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왜 우리를 사로잡는가를 읽고나서(3) 다운로드

음악은 왜 우리를 사로잡는가를 읽고나서(3)

음악은 왜 우리를 사로잡는가를 읽고나서(3)

음악은 왜 우리를 사로잡는가를 읽고나서

나를 나 바깥에 세워두는 것이 황홀경이라고 한다. 나는 이 황홀경이라는 것을 글을 쓰면서와 같이 나를 잊을 수 있을 만큼 집중할 때 느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를 '잊는다'는 표현은 나를 바깥에 세워 둔다는 말과 같다. 뭐라고 잘 표현은 못하겠지만 정말 그럴 때가 있다. 내 감각이 내 것이 아닌 것 같은 느낌. 내가 글을 쓸 때는 무감각 상태가 된다면, 다른 텍스트와 섞일 때는 다른 사람의 감각이 내 몸 안을 훑고 가는 기분이다. 왜, 꼬마 유령 캐스퍼를 보면 유령들이 벽을 그냥 통과해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시가 내게 그랬다면 같은 원리로 음악이 내게 그랬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내 플레이리스트를 살펴보는 게 좋겠다.

나는 관계라는 말을 좋아한다. 그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형성되는 보이지 않는 힘이 좋다. 그러한 관계가 음악에도 있다. 무엇을 음악으로 인식하게 될 때 그것은 관계망을 형성한 뒤가 아니라 역동적으로 듣는 순간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리와의, 멜로디와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일이 음악이 아닐까

초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피아노를 배웠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다시 피아노를 조금 배우다가 말았다. 악기 하나를 배우기에도 시간이 부족했다. 그런데도 내가 고등학교 때 피아노를 다시 배운 건 그 음색이 좋기도 해서였지만, 무언가를 연주한다는 건 전혀 다른 것과의, 전혀 다르게 만들어진 것과의 소통이었다. 중학교 때는 북, 장구, 꽹가리 같은 것들을 배웠다. 사물놀이를 하다보면 리듬과 몸이 똑같은 모양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니까 무언가를 연주한다는 건 그 소리와 같은 형태의 모양이 된다는 것이다. 지금도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악기를 연주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품고 있다. 그 오랜 생각을 지키고 있는 게 드럼이다. 「밴디트」라는 영화 덕분인 것 같다. 여자 탈옥수들이 밴드를 만들어 자국을 탈출하려는 영화다. 19세였는데 아홉 살 땐 가 본 것 같다. 그 기억이 내게 깊게 남아서 언제나 내게 드럼은 자유와 같았다. 피아노처럼 높고 낮은 음색은 없었지만 리듬만으로 어디든 끼어들 수 있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나한테 자유라는 건 그런 거다.

이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유머가 묻어나는 부분이 있다. 이 부분도 그 중 한 곳인데, 그러고 보면 나는 거의 하루의 삼분의 일은 지옥과 교통하고 있다. 워낙 엠피를 크게 들어서 솔직히 다른 애들이 나한테 이야기를 걸면 입모양 밖에 안 보인다. 내가 그렇게 크게 듣는 이유는 역시나 Socker를 이야기 할 때 말했듯이 음악으로 세상이 꽉 차는 기분이 들어서다. 고대 중국의 궁정 음악사들도 그런 포부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난 노래를 불러본 일이 그렇게 많지 않다. 더군다나 노래방 같은 데를 가본 적인 세 네 번 밖에 되질 않는다. 갔을 때도 불러본 일이 없다. 가끔 내 목소리가 동영상에 녹음 되서 들어보면 정말 어색하다. 이게 내 목소린가 싶다. 내가 노래를 안 부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 앞에서 노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 잘 부르고 못 부르고를 떠나서 자기 목소리에 취할 수 있다는 거, 자기 자신의 목소리를 연주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다. 특히나 노래는 관계와 가깝다. 분명히 음악이라는 것은 두 사람은 있어야 가능한 예술이다. 물론 모든 예술이 그럴 것이다. 너와 내가 있어야, 내가 내는 소리에 대해서, 음성에 대해서 소통할 수 있다.

그러니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나와 친구나, 애인이나, 그런 것들인 것처럼 내가 좋아하는 음악도 나와 일촌, 그런 거다. 어쨌든 내가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게 됐을 때는 언제나 당신과 나 사이에 무언가가 생긴 것일 테니까. 내 엠피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다른 사람이 좋아해준다는 것만으로도 기쁠 때가 있다.

뇌가 음악을 인식하는 것은 그 관계들을 인식하는 것과 같은 활동이라고 한다. 내가 누군가를 친구라고 여기고,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까지 여기게 되는 것도 그 사람들과의 관계를 깨닫게 되면서 이듯이 말이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내가 좋아했고, 좋아하고, 좋아할 음악들은 내가 만날 사람들과도 많이 닮아 있고 나와도 많이 닮아 있을 것 같다. 내가 당신에 대해 무언가를 '듣는다'고 할 때, 이미 우리들의 음악은 시작된 건지도 모른다. 여러 형태의 리듬과 여러 방식의 연주 방법으로 만나게 된 지금 내 삶은 계속 재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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