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12일 금요일

이빨자국을 읽고나서(3) Down - so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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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빨자국을 읽고나서(3) Down

이빨자국을 읽고나서(3)

이빨자국을 읽고나서(3)

이빨자국을 읽고나서

내가 다니는 학교엔 '해냄반'이라는 장애 학생을 위한 반이 있다. 이 학교에 입학하고 처음 해냄반 아이들을 보았을 땐 별로 친해지고 싶지 않고 그저 이상해보였다. 하지만 학교를 다닐수록 어떤 학생이 유독 눈에 띄었다. 그 아이는 항상 밝게 웃었고, 나는 그렇게 순수하게 웃는 모습에 이끌려서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재도 작가의 이빨자국도 내게 그런 식으로 다가왔다. 처음엔 이상했지만 어느새 나는 책 속에 깊이 빠져있었다. 중학교 2학년인 승재의 형 승운은 1급 정신지체장애인이다. 그런 승운을 생각도 하지 않을 것 같은 짐승이라고 여기는 승재는 형을 너무나 싫어한다. 승재와 같은 사람들이 과연 이 세상에 몇 명이나 될까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동정어린 눈으로 장애인을 바라보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승재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정말 많다. 어쩌면 이런 모순이 장애인들을 힘들게 하는 요인일지도 모른다. 어느 날은 승재가 방학숙제로 만든 자동차모형을 승운이 박살내자 형제는 심하게 싸운다. 그러던 도중 승운이 승재 팔을 물어 선명하게 이빨자국이 나고, 이 광경을 본 아버지는 승운을 거의 죽지 않을 만큼 때리게 된다. 그 뒤로 승운은 아버지를 피하고 가까이 오기만 해도 무서워한다. 물론 승운이 잘못했지만 아버지는 왜 이유조차 묻지 않고 승운을 먼저 때렸을까 아마도 편견 때문일 것이다. '저 사람은 장애인이니까'라는 생각에서 오는 편견 말이다. 나 또한 그런 편견이 있다. 아무리 차별을 두고 싶지 않아도 막상 장애인을 보면 저런 생각부터 든다. 승운과 승재의 싸움 장면에서, 같은 사람인데도 다른 사람과 다른 대우를 받아야 하는 그들의 삶이 잘 표현된 것 같다. 그런데 승재가 형을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있다. 어느 날 승운이 갑자기 행방불명 된 것이다. 승재는 형을 걱정하면서도 한편으론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형이 죽으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 빈자리를 누구도 채울 수 없을 거라며 차츰 형을 걱정하게 된다. 가족에 대해 다시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전교생에게 형을 찾는 전단지를 돌릴 결심을 한다. 승재가 이렇게까지 한 이유 중 하나는 친구인 종민의 말 때문이었다. 종민은 "쪽팔림은 순간이고 행복은 영원하다"는 말을 하면서 자신의 고모도 장애인이라며 창피해하지 말라고 한다. 이 말이 참 와 닿았다. 창피함 때문에 자신의 가족을 잃는다면 그것이 이유 없는 자존심밖에 더하겠는가. 결국 승운은 승재가 전단지를 나눠주기 전에 돌아왔다. 그렇게 다시 승운이 돌아오고 승재는 변했다. 주말엔 꼭 형 방을 청소하고 평소에 거들떠도 보지 않던 형을 보살피기 시작했다. 승운은 소설 처음부분에서 끝부분까지 계속해서 맞고 상처 입는다. 책의 맨 마지막 부분도 마찬가지다. 동네 이장에게 시집 온 도시여자가 승운이 자기 몸을 더듬었다며 500만원 손해배상을 요구한다. 하지만 곧 거짓임이 밝혀지고 그 여자는 이장에게 소를 팔게 한 뒤 전 재산을 가지고 도망갔다. 이는 결코 이장의 문제만은 아니다. 소설 `모래톱이야기`에서 마을사람들을 통해 농민의 수탈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처럼, 이것도 마찬가지다. 작가는 도시여자를 통해 강자가 약자를 더 약하게 만드는 이 모순을 알리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하지만 다른 점이 있기는 하다. `모래톱이야기`에서는 마을사람들이 결국 터전을 잃고 점점 잊혀져갔다는 비극적 결말이다. 그에 반해 `이빨자국`에서는 격리 조치를 받은 승운을 시설에 보내지 않고 가족 모두가 무사한 채 행복하게 지낸다는 결말이다. 겉보기엔 한없이 잔잔한 이 소설은 주인공의 성장과 함께 소외된 자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소설 마지막 부분에서는 FTA협정 때문에 한우시장이 약해져 걱정하는 농민들의 모습이 나온다. 장애인인 승운이 '시선'의 피해자라면, 농민들은 '무관심'의 피해자다. `이빨자국`은 그들의 이야기를 심하지 않으면서 우리가 이해할 수 있게끔 섞어놓았다. 승재 팔의 이빨자국은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지만 그들의 고통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사람들을 외면하고 있다. 아마도 이 책은 우리가 외면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외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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