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12일 금요일

주노를 보고나서(3) 레폿 - 논문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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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노를 보고나서(3) 레폿

주노를 보고나서(3)

주노를 보고나서(3)

주노를 보고나서

인간이란, 삶이란 언제쯤 비로소 성숙해질 수 있는 것일까. 대답은 간단하다. 성숙에는 반드시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들은 흔히 성숙이란 완결성으로 다다르기 위해서 겪게 되는 이러한 일련의 준비 과정들을 통틀어 성장이라 말한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한번 질문을 반대로 되돌려보자. 그렇다면 인간이란, 삶이란 언제쯤 비로소 성장을 경험하게 되는 것일까. 대답은 간단하다. 성장에는 반드시 계기가 필요하다. 영화 `주노`는 그러한 성숙과 성장의 필요충분조건들을 꽤나 흥미로운 방식으로 제시하고 있는 작품이다.

누군가가 문득 사람들과 함께 성장에 관한 공감 섞인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러한 발상과 마주했을 때, 화자가 가장 손쉽게 청중과 피드백 관계를 형성시킬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자기 반영적인 성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서사의 농도는 한 개인의 인생 내지는 가치관이 희석될 때, 비로소 짙어지는 법이다. `주노`속에는 그러한 의도적인 장치들이 각본 자체의 내용에 직접적으로 가담하지는 않지만, 그 근저에 위치함으로써 영화 속에 독특하고 개별화된 흐름을 조성시킨다.

락 음악과 슬래셔 무비의 공통적인 성격은 바로 지극히 매니아적인 취향의 장르라는 것이다. 혹자는 비틀즈와 레드 재플린 등의 음반 판매량을 들먹이며 전자를 대중적인 음악 장르라고 항변할지 모르나, 전 대중가요를 통틀어서 락 음악만큼이나 전문지식이 특화되고 그에 관한 온갖 잡지와 칼럼들이 난무하는 장르도 드물다. 이처럼 고도로 전문화되고 특성화된 장르들은 그것들을 수용하는 팬들의 의식 속으로 깊게 스며들어, 한 개인의 삶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기까지에 이른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70년대 영국의 펑크 붐을 형성시켰던 그루피들이나, B급 무비를 모태로 한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의 조지 로메로, `고무 인간의 최후`의 피터 잭슨, `이블 데드`의 샘 레이미 등이 영화계로 입성할 수 있었다.

이 시점에서 뜬금없이 위와 같은 장르 매체들의 특성을 환기시킨 이유는 바로 영화 `주노`의 장면 곳곳에서 이러한 매니아적인 요소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영화의 주인공이자 열일곱이란 이른 나이에 임신을 하게 된 범상치 않은 여고생 주노와 그녀의 아기를 입양하기로 결정한 양부인 마크의 공통 관심사부터가 락 음악과 슬래셔 무비다. 이러한 설정은 단순히 우연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두 등장인물 간에 벌어지는 정서적 교감 또한 이러한 공통 취향을 통해서 나타난다. 심지어 `주노`의 영화적 배경을 구축하는 데에 있어서 큰 기여를 하고 있는 OST의 수록곡 대부분이 경쾌한 포크송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처럼 영화 속에서 등장인물들의 지극히 사소한 면모를 부각시키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감독의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작용했을 공산이 크고, 또한 OST의 선곡 과정은 영화의 완성도 자체를 좌지우지 할 수 있을 만큼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감독의 '개인적인' 선택이 개입하지 않았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때 팝 칼럼리스트였던 카메론 크로우의 손길이 닿지 않은 `올모스트 페이머스`나 라디오 헤드의 `Creep`이 삽입되지 않은 `씨클로`를 상상하기 힘든 것처럼 말이다.

주노의 임신으로 인해 등장인물들 간에 벌어지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는 손쉽게 짐작이 가능한 지극히 보편적인 서사의 맥락이다. 심지어 국내에선 미성년자의 조기 임신이란 동일한 소재적 차용은 물론이거니와, 영화 제목에서조차도 묘한 기시감을 불러일으키는 `제니, 주노`라는 작품이 `주노`가 개봉되기도 전에 이미 극장에서 공개된 바 있다. 허나 두 작품은 갈등의 출발점과 전개 양상은 언뜻 비슷해보일지 몰라도, 그 요소들을 한데 아우르는 연출의 선택 과정 자체가 상이하다. 두 작품 모두다 로맨틱 코미디와 성장물이 일정 비율로 혼합되어있는 장르적 외피를 띄고 있다 하더라도, 영화적 장치의 배열에 있어서 `주노`는 `제니, 주노`와는 달리 감독의 능동적인 선택이 전제되어 있다. 예컨대 `주노`에서는 온전히 감독 스스로의 주체적인 판단에 의지해서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느낌이 물씬 풍겨온다. 그러한 접근방식은 내러티브 자체의 개연성과는 별개로 관객들에게 진실 된 호소를 던짐으로써 정서적 동의를 얻어내는 데에 성공한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락 음악과 슬래셔 무비는 바로 그러한 영화적 흐름을 대변하는 장치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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